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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과 에비슨의 방역활동
한국은 1876년에 서구에 각 항구를 열고, 근대체제에 편입되게 되면서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던 시기였다. 그중에서도 개항과 함께 세계 각국과 무역을 시행하게 되면서 새롭운 도시로 떠오른 개항장. 그리고 수도 한성에는 선교사, 외교관, 상인 등의 외국인들이 거주하게 되었다. 본국과 다른 기후와 주거환경은 외국인들의 한국 생활에 큰 위협이 되었고, 한국인들 역시 개항을 계기로 전염병에 노출되는 기회가 빈번해졌다. 따라서 전염병의 유행과 확산을 막는 일은 조선 정부에게는 시급한 사안이었다. 조선시대에 걸쳐 전염병, 즉 역병은 국가의 안녕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 중에 하나였고, 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다. 특히 역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한다거나, 수도 등 국가의 중요한 거점이 되는 지역에서 유행이 일어난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역병이 국경을 넘어 유입되는 경우와 같이 전염병이 외부에서 유입되어 국내에서 만연하는 경우, 유행 초기에는 전염병의 종류와 유행의 원인 및 전파 경로 등 전염병 확산에 대한 정보가 부재하기 때문에 불안감은 더욱 가중된다. 개항 이후 전염병의 유행은 서구 열강과 대등한 근대 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던 조선 정부에게 커다란 걸림돌로 간주되었다. 이에 따라 개항 이후 조선에서는 해외 견문을 통하여 근대국가 건설에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견문하는 과정에서, '위생'을 강조하여 근대국가 건설을 도모할 인역인 인구를 늘리는 것에 주력하게 되었다. 따라서 조선 정부의 정책은 조선 사람들이 위생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정책을 강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를 통해 전염병의 확산을 저지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움직임이 개항 직후에 바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근대적인 법령을 갖추어지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우리보다 개항이 20여 년 앞섰던 일본에서도 콜레라의 유행을 계기로 1879년에 처음으로 해항 콜레라병 전염 예방규칙이 공포되었고, 1880년대에 들어서면서 예방규칙에 근거한 법규정이 정비되고, 그에 따라 방역과 검역을 강제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졌다. 조선의 경우에도 전염병 관련 규칙의 제정은 콜레라의 유행과 확산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개항 초기에는 아직 근대국가체제에 대한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서구식 법령을 제정하는 것도, 근대적 방역사업을 집행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개항 이후 콜레라가 전국적인 규모로 수차례 유행함에 따라 방역사업을 집행할 필요가 있었으나 아직 방역에 관련된 법령과 규칙이 마련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방역은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한국의 근대 초기에 방역과 관련된 실효적인 법령이 등장하게 되는 것은 대한제국기부터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이 개항한 이후부터 정부가 방역 법령을 능동적으로 시행하게 되기까지 근대적인 방역사업을 조력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바로 의료선교사와 의사들이었다.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인물로서 의료 선교사인 알렌과 에비슨의 방역활동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알렌이 조선의 방역활동에 참가한 것은 1886년이고, 에비슨이 참가한 때는 1895년으로 두 사람이 조선의 방역활동에 참여했던 시기는 약 10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들이 방역사업에 참여한 연도를 살펴보면, 1886년은 조선 정부가 의료위생에 대한 관심을 표방하던 시기였고, 1895년은 대한제국을 세워 근대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시기였다. 한국사의 중요한 기점이 되는 시기에 알렌과 에비슨이 조선 정부의 최우선 정책 중에 하나인 방역사업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조선에서의 두 선교사의 입지와 역할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19세기 말에 유행했던 전염병에 대한 조선 정부의 대응과 방역체계의 형성을 살펴보고, 그 안에서 본인의 역할을 다한 알렌과 에비슨의 활동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기존의 연구에서 알렌과 에비슨이 방역활동에 참여하였다는 내용은 여러 번 언급되어 왔다. 이 글에서는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활동을 했고, 한국에서 방역체계가 형성되는 시기에 행한 그들의 활동이 한국의 의료위생의 역사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중심으로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